[신간] 걸작의 조건을 질문하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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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걸작의 조건을 질문하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2.23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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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예출판사가 오래도록 읽혀온 고전, 걸작들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독해하는 책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내놓았다.

<말을 부수는 말>,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의 저자 이라영, <정희진처럼 읽기>,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을 비롯해 한승혜, 박정훈, 김용언, 심진경, 조이한, 장은수 등 젠더 관점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여덟 명의 저자가 걸작 다시 읽기에 참여했다.

신간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유명 작품을 다룬다.

이 작품들은 서로 다른 시기, 다른 국가에서 쓰인 작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걸작인 동시에 여성을 철저히 객체화, 타자화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위 작품에서 여성 인물은 대개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 질환자, 마녀, 억압자, 예술적 객체 등으로 재현된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모욕을 감내하는 동안 위대해지고, 자유를 얻으며, 초월적 지위를 얻고, 보편적 권위를 확보한다.

일례로 정희진은 이상의 '날개'를 식민지 남성성이라는 키워드로 재독해하는데, 그에 따르면 날개는 일하는 여성을 구차한 식민지의 현실과 동일시하는 과정을 통해 초월적 인간으로 거듭나려는 남성의 이야기로 다시 읽을 수 있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에서 지적하는 더 큰 문제는 여자에게 가해지는 모욕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을 끼치며 자신의 관점을 재생산한다. 때문에 이들 작품의 여성 혐오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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