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 밥그릇 싸움…바이오 주권 도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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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양성 밥그릇 싸움…바이오 주권 도태 우려
  • 이용 기자
  • 승인 2022.11.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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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포스텍, 의사과학자 양성 기관 설립 추진
의료계 "의대 정원 확대" 반발… 제약업계, 사태 예의주시 중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내에서 관련 백신 및 치료제를 발빠르게 개발하지 못했던 이유는 ‘의사과학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내 명문 과학 대학들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사과학자가 부족해 바이오 주권을 해외사에 빼앗긴 현재, 두 진영 간 갈등이 또다시 제약 산업 발전을 늦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은 국내 의사과학자 부족 현실을 인지하고 관련 인재 양성 기관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KAIST는 2026년 기존 의과학대학원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학과 의학을 모두 교육하는 기관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에 특화됐다.

포스텍에서는 지난달 ‘대한민국 의사과학자 양성 및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진행했다.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 등은 이번 협약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자격과 박사학위를 모두 취득한 자로서, 의료 현장에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의약품 등 기술에 반영할 수 있는 연구 데이터를 제공해 실생활에 응용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내에서 관련 백신 및 치료제를 발빠르게 개발하지 못했던 이유로 이 ‘의사과학자’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꼽는다.

의사과학자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KAIST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mRNA 백신 개발은 과학과 의학의 융합을 통해 가능했던 일”이라며 “과학과 의학을 함께 아는 사람은 법규·규제 혁신 분야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모더나는 본래 연구자들 중심의 작은 연구소에서 시작해, 10년 간의 노력 끝에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의학계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의대 설립은 의대 정원 확대나 다름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추진했는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강력히 반발했다. 또 윤석열 정부서 임명된 조규홍 복지부장관의 “의료계와 의사 정원 확대를 협의하겠다”는 발언에도 비판이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과학전문대의 연구중심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교육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적정 의사 인력 수급을 위해서는 반대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의사과학자 인력 확대가 절실한 제약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시절 당시 언론과 국민들은 백신 주권 확립에 뒤늦은 국내 제약사들의 역량 부족을 질타했다. 다만 국내에는 임상 자료를 제약사에 제공하는 의사과학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공계생의 의사 선호 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향후 팬데믹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구의 공공의료기관 의료인은 “의사과학자도 의사다. 결국 의사 수가 늘어나는데 찬성하는 의사는 별로 없다”이라며 “국민들 눈에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춰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과별 졸업생 현황에 따르면, 제약업계에서 필요로하는 화학·의료·의료공학·약학 분야의 2021년 졸업자는 전체 이공계열의 14% 정도다. 그마저도 이공계 인재 대부분은 의료 쪽을 선호하며, 최근 5년간 졸업생의 99%는 과학자가 아닌 의사를 선택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기초연구가 부실하다고 지적하기 전에, 의사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자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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