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0대가 바라본 세상을 향한 풍자와 사랑 담은 에세이 '구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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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20대가 바라본 세상을 향한 풍자와 사랑 담은 에세이 '구내염'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11.0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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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입에 난 상처에 바르는 유쾌한 처방전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가는 길만을 찾는 현대 사회에서 나날이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유쾌함을 선물하는 책이 출간됐다.

북랩이 이런 세태를 풍자하면서도 가시 돋친 기억조차 추억으로 보듬고자 하고, 사람을 향한 사랑을 담아낸 여민영의 에세이 <구내염>을 펴냈다.

구내염이란 혀를 포함해 구강 내벽에 생기는 염증이다. 구강 점막의 작은 상처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남에게 서슴없이 상처를 주면서 쏟아내는 언어를 구내염으로 비유한다. 동시에 사람이 누구나 가진 따뜻한 진심만은 그 구내염 속에 잠들어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다채롭고도 솔직한 언어로 표현했다. 책 속에 세상의 아름답고 따뜻한 면, 사소한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아낄 수밖에 없는 면, 무의미한 압박 질문에 시달리거나 스펙을 위한 스펙에 목을 매게끔 부추기는 냉정한 면을 모두 담았다. 저자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고민하고 아파하는 청년들과 같은 세대다. 그래서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으며, 독자와 교감하고 위로 한다.

이 책 <구내염>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 열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짤막한 이야기와 그림을 가득 채웠다. 처음 책을 열자마자 다가오는 것은 감각적인 비유와 형식으로 매 편 전혀 다른 책을 펼친 듯 새로운 이야기다. 모두 한 페이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이 강렬하고도 섬세하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생동감 있게 다가온 삽화다. 저자는 그림 작가 정마루와 함께 삽화를 작업했다. 더 좋은 책을 독자에게 선보이고 싶은 저자의 정성이 돋보인다.

책의 여백마다 연필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러프, 저자의 발상이 돋보이는 그로테스크한 삽화다. 자유분방한 선으로 색을 담은 삽화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 페이지 전체를 할애한 크로키 모음이다.

저자는 이 크로키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으레 크로키에서 떠올리는 격렬한 동세나 두드러지는 인체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

모델이 된 사람은 호명되지 않는 익명의 집단이다. 저자가 알지 못하고 그저 스쳐 보내고, 저자를 알지 못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 모두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스쳐 지나가기 전, 서둘러 그림으로 남긴 흔적이 바로 이 크로키 모음이며, 책이 지향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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