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김포공항 이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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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김포공항 이전인가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2.05.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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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쏘아올린 김포공항 이전 공약 이슈가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이 후보와 송 후보는 대신 서울 강남권은 청주국제공항을, 동부권은 원주공항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송 후보는 제주행 관광객 감소 지적에 대해 제주까지 이어지는 KTX용 해저터널을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 제주 지역구 의원들과 오영훈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등이 반발하고 나섰고,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김포공항 이전은 중앙당 공약이 아니라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이라며 “우리 당에 대한 지역의 지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이전이라는 중요한 정책을 선거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개헌 빼고 못할 게 없다는 거대야당의 현주소다. 

민주당의 입장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것이 명확해지자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선두에 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9일 중앙선대위 현장 회의에서 “지방선거 공약이라 하면 원래 지역별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당의 역량이란 것을 중앙당에서 조절해서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의 콩가루 정체성” “거짓말쟁이” “아무말 대잔치”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의 원색적 비난에 이재명 후보 측은 “또 갈라치기 한다”라고 맞섰지만,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거물정치인들의 공약이 당과 사전협의 없이 꺼내든 포퓰리즘성 카드라는 데에는 부정할 수는 없다.  

또 김포공항이 비상사태 발생 시 인천공항의 대체 역할을 하는 데다 도심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점, 제주도의 관광산업에 직접적 영향력을 준다는 점 등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세밀하고 치밀한 고민과 계획이 있어야 하는 문제다. 섣불리 결정할만한 사안이 아닌 확실한 설득력이 있어야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는 말이다. 결국 회심의 카드는 설득력을 잃으며 자충수가 됐지만 말이다. 

물론 민주당이 왜 이같은 성급한 자충수를 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박지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의 ‘586용퇴론’ 등 당내 갈등이 이어지는 등 선거를 앞두고 조급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국민 생활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선거인만큼 부디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다시 상기해주길 바란다. 역사는 이긴 자의 손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라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공약으로 코로나19를 겨우 극복해가는 국민에게 '정치는 곧 포퓰리즘'이라는 좌절감을 그만 심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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