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를 위한 혁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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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미를 위한 혁신은 없다
  • 이채원 기자
  • 승인 2022.05.2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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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투자자 비상장 투자 접근성 제자리로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2020년 비상장 거래 플랫폼 증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 두 곳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이들 플랫폼은 기존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비상장 거래소인 K-OTC에 비해 종목 수가 다양해 일반투자자가 보다 쉽게 비상장 투자에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한을 연장하며 이들에게 요구한 투자자보호 대책은 비상장 주식투자 시장의 혁신을 회귀한다. 비상장 기업의 등록요건을 강화해 일반투자자가 거래 가능한 종목을 줄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공지사항을 통해 밝힌 등록요건을 보면 △최근 사업연도말 기준 자본전액잠식 상태가 아닐 것 △최근 사업연도의 매출액이 5억원(크라우드펀딩 특례 적용 기업의 경우 3억원) 이상일 것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적정일 것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 등 취급규정에 따른 주권이거나 전자등록된 주식일 것 △기업의 존립 및 투자자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가 없을 것 등이다. 

이를 충족하지 않는 기업은 거래가 중단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경우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확인되지 않는 기업이 234개, 재무요건 충족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기업이 39개로 총 273개의 기업의 거래가 중단될 예정이다. 등록된 500여개의 기업 중 절반 이상을 거래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단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확인되지 않는 기업에서 관련 증빙을 제출하고, 위 요건을 충족한다면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생기업이 위의 등록요건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울거래 비상장의 상황도 같다.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 수는 118개로 전체 등록기업 수의 절반을 넘는다. 금융투자상품의 월말 평균 잔고가 5000만원 이상인 전문투자자부터는 이 기업들을 거래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는 7월부터 등록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수 없게 된다.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된 이들 플랫폼이 K-OTC와 같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금 모집 단계는 시리즈A, B, C, 프리IPO, IPO 순으로 이어지는데 이번 금융당국의 지시는 프리IPO 수준의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시리즈A, B, C 투자를 막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대로라면 비상장 기업 투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 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당국은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한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목적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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