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레이크 없이 엑셀만 밟는 서민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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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레이크 없이 엑셀만 밟는 서민대출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1.03.0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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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국내 가계 ‘빚’이 연일 사상 최고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확산 속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더해진 영향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저신용자·취약계층이 많은 2금융권 생계형 자금의 급증이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신협) 등 서민금융 대출을 취급하는 2금융권의 여신 잔액은 작년 608조원을 넘었다. 서민금융 여신 잔액은 2018년 11월에 처음 500조원을 돌파하고서 2년 만인 작년 11월에 600조원을 돌파했고, 12월에 8조원이 더 불어났다. 특히 저축은행의 대출 속도가 가파르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19년 말 65조504억원에서 작년 말 77조6675억원으로 19.4%(12조6171억원) 뛰었다. 증가율이 2019년(10.0%)의 두 배에 가깝다.

현재 2금융권에 대해선 별다른 대출 규제가 없다. 금융당국은 올해 2금융권에 대해 가계대출 증가 폭이 전년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대출총량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2금융권 대출이 대부분 생계자금이 점이 반영됐다.

다행스럽게도 2금융권에서 두드러진 여신 부실 조짐은 없다. 오히려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5%로 전년대비 0.1%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의 만기상황·유예조치로 인해 실제 연체율이 어떤지 가늠하기 어려졌기 때문이다.

2금융권 차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중채무자가 많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융회사 3개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숫자는 420만2000명, 이들의 대출금액은 총 501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1인당 빚은 1억1922만원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2금융권 여신 건전성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 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최근까지도 정부와 금융권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에게 중금리 대출이나 정책자금 등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심지어 소득이 없어도, 직업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중금리 대출 상품도 많다. 이런 모습을 보면 금융 정책이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차단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대출은 아주 긴 호흡이다. 몇 개월 잘 갚다가도 이후 힘든 게 대출이다. 아무리 낮은 이자의 대출이라도 부담이 없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만 서민형 대출이지 안 갚아도 된다는 거 아니다. 차라리 상환능력을 상실한 차주에 대해선 대출 지원보다 그냥 지원금 형식의 자금 공급이 효과적이지 않겠나.

정부와 금융권은 경기 정상화 이후 혹시 모를 여신 부실화에 대비해 차주별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부 취약계층에 대해서만 정부 보증을 강화해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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