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밑장빼기 성행 ‘아귀’가 필요한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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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밑장빼기 성행 ‘아귀’가 필요한 주식시장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1.02.2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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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2006년작 영화 ‘타짜’의 유명대사다. 작중 등장인물 아귀는 고니가 정마담에게 패를 주려고 할 때 게임을 멈춰 세운다. 고니가 밑장을 빼 정마담에게 사쿠라를 주려고 한다고 본거다. 밑장 빼기는 타짜들의 기술이다. 정직하지 않은 수법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사기다. 비록 고니의 패가 사쿠라는 아니었지만 아귀는 타짜들의 이런 수법을 포착해 책임을 물어왔다. 짝귀가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주식시장에 아귀가 필요하다. ‘주린이’가 몰리자 밑장 빼기가 넘친다. 첫번째, 허위공시가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업체 에이치엘비는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임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허위 공시 의혹 여파로 이달 들어 주가가 23.56% 하락했다. 

에이치엘비는 한 사례다. 바이오주는 잦은 불성실공시로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들어 신신제약과 경남제약헬스케어, 엠엔씨생명과학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를 살펴보면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규모를 부풀리는 등 주가를 띄우기 위한 공시 사례가 많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주목도가 커서 그렇지 불성실공시는 바이오주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코스닥 상장사 전반이 문제다. 올해 불성실공시지정법인은 22건인데, 이중 18건이 코스닥 시장에서 나왔다. 코스피는 단 1종목이고, 코넥스는 3종목이다. 거짓 공시로 주가를 임시 들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밝혀지면 결국 떨어지기 마련이다. 떨어지는 속도는 오를 때 보다 더 크다. 신뢰를 잃은 기업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두번째로 투자자를 속이는 주식 리딩방의 성행이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피해상담 건수는 2000건이 넘었다. 전년과 비교해 2.5배 정도로 늘었다. 특이한 점은 20대부터 80대 이상까지 피해 상담 품목 5위 안에 ‘투자자문 피해’가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급등 종목에 올라타려다 나락으로 떨어진 투자자가 부지기수란 의미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아귀’ 역을 맡을 예정이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자본시장의 불법·불건전행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증권 관련 범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아귀의 감시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도 타짜들이 노는 판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불성실공시에 대한 잘못은 전적으로 상장사에 있다. 그런데 리딩방은 다르다. 금융당국의 관할을 벗어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리딩방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용료 환불 거부 등 피해를 보더라도 금감원 분쟁조정을 이용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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