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세화 공정 경쟁 치열…대형 팹리스 고객사 확보 ‘사활’
삼성전자, 종합반도체회사 구조상 투자금 분산…TSMC와 격차 벌어질 수도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초미세화 공정 경쟁이 치열하다. 대만 TSMC가 천문학적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반도체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종합반도체회사(IDM)’인 만큼 파운드리 부문에만 자금을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를 올해 설비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집행한 172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올해 시장에서 전문가들이 예상한 설비투자액 추정치(190억∼200억달러)도 가뿐히 넘어섰다.
TSMC는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이다. 지난해 이 시장 세계 점유율 54%를 기록했다. 2위는 17%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양사 모두 반도체 미세화 공정을 도입하며 고객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TSMC는 차세대 반도체 양산 공정으로 꼽히는 5㎚ 설비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해당 공정이 4분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TSMC가 이 같은 초미세 공정을 바탕으로 애플·AMD·엔비디아·퀄컴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고객사들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주문량이 크게 늘면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TSMC는 이날 올해 설비투자의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5·7㎚)에 사용할 것이라고 공개한 만큼 추후 반도체 미세화 공정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5㎚ 이하 공정 수행을 위해 대당 17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 매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TSMC의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미세 공정 한계를 고백한 미국 인텔의 물량을 따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개인 PC용 그래픽칩(GPU) 'DG2'를 만들 예정이며 이 칩은 TSMC 7㎚ 공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와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0년 총 시설투자액은 35조2000억원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반도체에 28조90000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시설투자액이 분산돼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이 TSMC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세계 메모리 1위 기업을 유지하면서 팹리스·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부분까지 투자를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2020년 반도체 시설투자 28조9000억원 중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투자액은 6조원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시설 투자를 작년의 2배인 12조원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TSMC의 절반 수준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