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간부의 국회 출입과 삼성 준법감시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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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간부의 국회 출입과 삼성 준법감시위의 ‘침묵’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10.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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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산업부 기자
정두용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취재를 하다 보면 다음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이 될 때가 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디지털 뉴딜’을 강조하면 ‘곧 각 기업에서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을 알리기 시작하겠구나’는 식이다.

이런 ‘감’은 기자뿐 아니라 해당 분야를 계속해서 들여다봐야 하는 이들 대부분이 가진 능력이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갖출 수 있어 특별할 것은 없지만, 기자들에겐 꽤 중요하게 사용된다. 기사 작성 전 사안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고 다각도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긍정적인 이슈뿐 아니라 부정적인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기자라고 해서 늘 이 감이 맞지는 않는다. 이해관계자 간에 사안의 경중을 달리 볼 때가 주로 그렇다. 이 수첩은 최근 기자가 틀렸던 ‘감’에 대한 얘기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일 삼성전자에서 대관 업무를 하는 간부가 기자출입증으로 국회 출입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2016년부터 국회에 출입 기자로 등록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류 의원의 발표 다음날 사과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임원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즉각 수리했다. 국회를 출입한 적이 있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감사도 실시했다. 문제가 된 임원이 어떠한 경위로 국회 출입 기자증을 받을 수 있었는지 파악하고 제반 프로세스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임직원 2명이 다른 직원이 발급받은 출입증을 이용해 의원실 2곳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점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해당 사건이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며 “모든 위반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책임자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여기까지는 비교적 기자의 ‘감’이 들어맞았다. 그러나 아직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사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방지 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예상치 못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해당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8일 정기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방지 방안’ 등이 삼성 준법감시위 이름으로 나올 것으로 봤지만, 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감시위원회 위원들과 첫 면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번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들께 약속한 부분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는 이 부회장의 메시지 외에는 특별한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부적절한 국회 출입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이번 사안은 비단 삼성전자의 문제만으로 보지 않는 이들이 많다. 삼성그룹 자체 의혹으로 번질 우려가 나온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7개 주요 계열사의 ‘준법 의무’를 지키도록 마련된 기구다. 이들이 아직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방지방안을 내놓을 타이밍을 잡지 못한 것인지, 기자의 감과 다르게 이 사안을 비교적 가볍게 보는지는 모르겠다. 내달 5일로 예정된 정기회의에서 이 사안을 다룰 것인지도 미지수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의 정신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경영원리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기업으로 뻗어 나가는 삼성그룹 내에서 1급 국가 보안 시설인 국회에 부적절하게 출입한 사실이 밝혀진 지금, 삼성 준법감시위가 얘기하는 ‘법의 지배’가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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