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 받고 그 형의 집행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선거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8일 나왔다.
‘집행유예’ 상태인 사람의 경우 오는 6월 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부터, 수감중인 수형자와 가석방중인 사람의 경우 늦어도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날 헌재는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수형자와 가석방중인 사람에게 선거권을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7(헌법불합치)대 1(합헌)대 1(위헌)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구교현 전 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현 알바노조 위원장)과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은 2012년 4월과 2013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조항이 수형자 등의 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위헌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았으면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형이 확정돼 교도소에 수용된 수형자나 집행유예자, 가석방 기간에 있는 사람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범죄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더라도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집행유예자는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이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조항 가운데 수형자와 가석방중인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헌재는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에 대해 “범죄의 중대성과 선고형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거권 제한의 기준이 되는 선고형을 정하고, 일정한 형기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에게만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진성 재판관은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사회적 제재라는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 않다”며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 부분도 단순위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안창호 재판관은 집행유예자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위헌이지만 수형자에 대한 제한은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수형자는 집행유예자와 달리 불법성이 커 공동체로부터 격리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 경우로 이들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헌재는 수형자와 가석방중인 사람에 대한 선거권 제한 조항은 201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해당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고 2016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이 기간 안에 법이 개정되면 2015년 전이라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